옛글닷컴ː한비자韓非子

하늘구경 

 

 

 

 

모순(矛盾), 몸으로 다스리지 마라


- 한비자 제36편 논난(1)[2]-


여산의 농부들은 밭고랑을 서로 침범하고 있었다. 순이 가서 경작을 하니, 1년쯤 뒤에는 밭고랑이 바르게 되었다. 황하 강변의 어부들은 물 가운데의 나지막한 낚시터를 두고 다투고 있었는데 순이 가서 낚시질을 하니 1년쯤 뒤에는 손윗사람에게 양보하게 되었다. 동이의 도공이 만든 그릇은 조악했었는데 순이 가서 도자기를 만드니 1년쯤 후에는 그 제품이 좋아졌다.

공자는 이러한 일에 대하여 감격하여 말했다.

“농사나 어업은 도자기 제조와 함께 순의 본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 가서 작업을 한 것은 백성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순은 실로 인자(仁者)인 것이다. 스스로 경작을 하며 고생스러운 일을 하니 백성은 그를 따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덕화는 탁월하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유자(儒者)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때 요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선비가 말했다.

“요는 그 때 천자였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렇다면 공자가 요를 성인이라고 생각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성인이 지혜를 빛내어 군주의 지위에 오른 것은 천하에 간악한 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경작과 어업에 대해서 싸움이 없고 도자기가 조악하지 않았다면 순이 어째서 덕으로 감화시키려 했겠는가. 순이 잘못을 시정했다고 한다면 요에게는 결함이 있는 셈이 된다. 순이 현자라고 한다면 요의 지혜를 부인하는 것이 되고, 요를 성인이라고 하면 순의 덕화를 부인하게 된다. 양편을 동시에 긍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초나라에 방패를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 방패를 매우 자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방패는 견고하여 어느 것으로도 뚫을 수 없다.”

또 그는 자기 창을 극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창은 날카롭기 때문에 이것을 막아낼 물건은 천하에 없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어떤 행인이 말했다.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상인은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무엇이나 뚫을 수 있는 창은 이 세상에 동시에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요와 순의 양자를 동시에 극찬할 수 없는 것도 이 창과 방패와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순이 잘못을 시정한 것은 꼭 1년 동안에 하나의 잘못을 시정했으며, 3년 동안 3가지 잘못을 시정했을 뿐인 것이다. 순은 무수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 수명도 한도가 있는 것인데 세상의 잘못은 끝이 없다. 한 사람의 한계가 있는 수명으로 끝이 없는 잘못을 고치려 하니 그 시정은 한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벌은 천하의 인간에게 법규를 행하게 하는 힘이 있다. 명령을 내려 법규에 따른 자는 포상하고, 어긴 자는 벌한다. 아침에 이 명령이 내려지면 저녁에는 시정되고, 저녁 때 내려지면 아침에 바로잡히며, 10일 뒤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바르게 살게 된다. 어찌 1년 동안이나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순만은 이 생각을 요에게 설득하여 행하도록 하지 않고, 스스로 나가서 백성을 감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전혀 정책적인 면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또 자기 몸뚱이를 괴롭히고 있는 백성들을 감화하려는 것은 요나 순이라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며, 권세의 지위에 있는 자가 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평범한 군주도 할 수 있는 노릇이었다. 천하를 다스리려는 자가 평범한 군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버리고, 요나 순에게도 어려운 방침을 따르겠다는 것은 도무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 韓非子 第36篇 論難(一)[2]-

歷山之農者侵畔, 舜往耕焉, 朞年, 甽畝正. 河濱之漁者爭坻, 舜往漁焉, 朞年而讓長. 東夷之陶者器苦窳, 舜往陶焉, 朞年而器牢. 仲尼歎曰:「耕, 漁與陶, 非舜官也, 而舜往爲之者, 所以救敗也. 舜其信仁乎!乃躬藉處苦而民從之. 故曰: 聖人之德化乎!」  或問儒者曰:「方此時也, 堯安在?」 其人曰:「堯爲天子.」「然則, 仲尼之聖堯奈何? 聖人明察在上位, 將使天下無姦也. 今耕漁不爭, 陶器不窳, 舜又何德而化? 舜之救敗也, 則是堯有失也. 賢舜, 則去堯之明察 聖堯, 則去舜之德化: 不可兩得也. 楚人有鬻楯與矛者, 譽之曰: ‘吾楯之堅, 物莫能陷也.’  又譽其矛曰: ‘吾矛之利, 於物無不陷也.’  或曰: ‘以子之矛陷子之楯,何如?’  其人弗能應也. 夫不可陷之楯與無不陷之矛, 不可同世而立. 今堯· 舜之不可兩譽, 矛楯之說也. 且舜救敗, 朞年已一過, 三年已三過. 舜有盡, 壽有盡, 天下過無已者 以有盡逐無已, 所止者寡矣. 賞罰, 使天下必行之. 令曰: ‘中程者賞, 弗中程者誅.’  令朝至暮變, 暮至朝變, 十日而海內畢矣, 奚待朞年? 舜猶不以此說堯令從己, 乃躬親, 不亦無術乎? 且夫以身爲苦而後化民者, 堯· 舜之所難也: 處勢而驕下者, 庸主之所易也. 將治天下, 釋庸主之所易, 道堯· 舜之所難, 未可與爲政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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