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나와 시

하늘구경 

 

 

 

 

화분

  

당신이 두고 간 화분을 바라봅니다.


넓은 유리창으로는 따스한 봄볕이 들이비치는데

자발 없이 피어난 하얀 목련은

꽃샘바람에 몸을 떱니다.


낮은 곳으로만 줄기를 드리우는

심장 꼴 작은 잎의 이름 모를 화초는

햇볕 바른 창가에 놓아두어도

타고난 속성인지 해를 등지려고만 합니다

자라고 싶은 대로 두어야 할지

그 때마다 줄기를 거두어야 할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떠난다고들 합니다.

떠나고 나면 살아 다시 볼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합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아프도록 가슴에 담은 사람을

지척에 두고도

어떤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것

그러한 사람이 떠나가는데, 끝내

그 한마디를 못 하는 것입니다.


꽃샘추위로 오가는 사람이 뜸한

스산한 골목 위를

비를 옥물은

구름 그림자가 스쳐갑니다.

이런 날에 비마저 내린다면

목련은 봄이 다 오기도 전에

피우다만 꽃을 봉우리 째 떨굴 것이

가슴 저밉니다.


화분이 얼마간 저 자리에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래도록

이 토요일 오후를 기억할 것입니다.

우울한 기다림의 시작을


- 안상길 -

     

   

 

 

 

 

 

졸시 / 잡문 / 한시 / 한시채집 / 시조 등 / 법구경 / 벽암록 / 무문관 / 노자 / 장자 / 열자

한비자 / 육도삼략 / 소서 / 손자병법 / 전국책 / 설원 / 한서 / 고사성어 / 옛글사전

소창유기 / 격언연벽 / 채근담(명) / 채근담(건) / 명심보감(추) / 명심보감(법) / 옛글채집

 

 

www.yetgle.com

 

 

Copyright (c) 2000 by Ansg All rights reserved

<돌아가자>